제295화
“이젠 안 사랑해.”
그 세 글자에 배승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곁눈질로 온채하를 슬쩍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 그럼 나도 이제는 너 안 사랑해. 네가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는데, 내가 널 왜 사랑해야 해?”
온채하에게는 배승호가 억울하다며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 안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배승호는 창틀에 걸쳐뒀던 팔꿈치를 내리고,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몇 번이고 마른 침을 삼켰다.
“넌 앞으로 남자한테 자기 사랑하냐고 물어보지 마. 그거 정말 한심한 짓이더라.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그 온기를 못 느낄 리가 없잖아. 안 느껴진다면 그건 없는 거야. 그래서 나도 여태껏 너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봤잖아.”
초반에는 온채하도 배승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뜻을 깨달은 후로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배승호를 바라보았다.
배승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온채하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온채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조용히 접게 되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자신의 감각만 믿었다.
결국, 온채하만 확인받고 싶어서 집요하게 캐물었다.
온채하는 양손으로 핸들을 부숴버릴 기세로 꽉 움켜쥐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널 사랑하지도 않는데 혼자 미쳐버려서 이렇게 됐다는 거야? 그래서 히스테릭하게 소리도 지르고 싸움을 걸어왔다는 거잖아. 그런 거야?”
배승호는 눈을 꼭 감았다. 열네 살 때부터 스물한 살 때까지 그가 만났던 여자는 온채하 한 명뿐이었다.
예전부터 배승호를 좋아했던 여자는 많았지만 그의 마음을 끄는 여자는 없었다. 온채하 한 명이면 충분했으니 더 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온채하는 항상 정말 사랑한다면 화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배승호는 항상 억지만 부려왔다.
온채하는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더니 곧바로 손을 들어 배승호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눈을 감고 있던 배승호의 뺨에는 손자국이 선명하게 박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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