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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술을 마신 탓에 운전을 할 수 없었던 배승호는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다. 온채하 역시 차에 올라탔지만 곧장 출발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차창 너머로 아파트 단지의 어둑어둑한 풍경만 조용히 바라보았다. 배승호는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온채하는 얼굴을 문질러가며 억지로 정신을 다잡았다. “우리 채팅 기록 다 사라져 있더라. 내일 휴대폰 좀 빌려줘. 내일 개발팀에 맡겨서 다 백업시켜놓게.” 말을 내뱉는 순간, 배승호는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스템 업데이트만 했을 뿐인데, 왜 자신한테만 버그가 생긴 건지 억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이 자신을 상대로 장난을 거는 것 같았다. 온채하는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그 한 마디가 배승호에게는 천둥처럼 느껴졌다. “지워진 게 무슨 그렇게 큰일이라고 그래? 그냥 내버려 둬.” 그 말에 배승호는 몇 초간 멍하니 굳어 있다가 고개를 돌려 음울한 눈빛으로 온채하를 노려보았다. “너랑 내가 몇 년 동안 나눠온 채팅 기록이야. 네가 나한테 처음 메시지를 보냈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난 단 한 번도 안 지우고 쭉 간직해왔어. 그래서 우리가 늘 같은 브랜드 폰만 써왔던 거야. 휴대폰을 바꿔도 기록을 완벽하게 백업하고 보존할 수 있으니까.” 그 순간, 온채하가 입을 열어 배승호의 말을 끊었다. “배승호, 네가 지금까지 나랑 이혼 안 하는 이유가 혹시 회사 지분 때문이야? 주현재 말로는 네가 나한테 회사 지분 20%를 넘겼다고 하던데. 내가 널 너무 믿었었나 봐. 네가 나한테 줬던 계약서가 어떤 건지 확인할 생각도 안 했으니까.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너는 나한테 정말 많은 걸 줬었자. 그런데, 나는 네 돈도, 회사 지분도 다 필요 없어. 원한다면 언제든지 다 돌려줄게. 네가 걱정하는 것도 다 이런 거겠지. 변호사부터 섭외해. 나는 빈손으로 나가도 좋으니까.” “너는 그런 말 좀 안 하면 안 돼?” 배승호의 눈가가 벌겋게 충혈되더니 주먹을 들어 옆 유리창을 내리쳤다.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우리 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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