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배정환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앞으로 배씨 가문의 일은 점차 너에게 맡기도록 하마.”
배승호는 조금 놀랐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걸까?’
“승호야, 내가 몇 년 전에 너에게 약속했던 일 잊지 않고 있다.”
배승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무명지를 매만졌다.
“저도 약속한 거, 기억하고 있어요.”
배정환은 한숨을 쉬었다.
“현기가 내일 도착하니 오늘 밤은 본가에 머물러라. 내일 아침에 나랑 같이 명덕이 그 노인네랑 바둑 한판 두고 여울이를 데리고 현기를 만나러 가도록 해.”
배승호는 확실히 운성 빌리지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온채하에게 최근 며칠은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까.
그는 다시 짜증이 솟구쳐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만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다.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말리며 또다시 예전 채팅 기록을 뒤적이던 순간, 시스템 업데이트 알림이 떠올랐다. 별생각 없이 터치했는데, 그제야 잘못 눌렀다는 걸 깨달았다. 휴대폰이 업그레이드를 시작한 것이다.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은 다른 작업을 할 수 없어 그는 컴퓨터를 켜고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한 시간 후,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다.
그는 다시 온채하와의 채팅 기록으로 들어갔지만 기록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쾅!
배승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믿기지 않아서 계속해서 위로 스크롤 했지만 채팅 기록은 정말로 없었다.
채팅 기록뿐만 아니라 이전에 임시로 만들었던 몇몇 업무 그룹 채팅방들도 사라졌다.
하지만 업무 그룹 채팅방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중요한 것은 온채하와 그동안 나눴던 수많은 채팅 기록이었다.
격렬한 분노와 불안감이 삽시간에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즉시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지금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렇게 초조했던 적은 없었다.
그는 성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시현은 그의 목소리에서 희미한 떨림을 느꼈다. 그만큼 그가 격노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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