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화
그녀가 만약 배승호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는 기색을 보였다면 배승호는 그녀가 그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여울은 너무나 영리했다. 그녀의 모든 의중은 반드시 제삼자를 통해서만 전해졌다. 업계 사람을 거치거나 아니면 배승호의 부모님을 통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녀 본인은 항상 매우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고 병원에 가야 할 때만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배승호는 그녀를 귀찮아하지 않았다.
진여울은 지금 그의 차에 타지 않고 밖에 서서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방금 채하의 얼굴이 별로 안 좋아 보이던데 오늘 밤은 본가에 가지 말고 집에 가서 위로해 줘.”
그는 할아버지에게서 본가로 오라는 전화를 받은 터라 당연히 운성 빌리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채하는 늘 그런 얼굴이지.”
그는 무심하게 대꾸하며 액셀을 밟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덧붙였다.
“너도 어서 돌아가 쉬어.”
그는 외출했던 김에 진여울을 데려온 건데 갑자기 회의가 추가되면서 어쩌다 보니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진여울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지혁이 선물 꼭 챙겨야 해.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데.”
“어.”
배승호는 차를 몰아 본가로 향했다. 본가에 도착했지만 정말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배정환이 무슨 말을 꺼낼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며칠 뒤 백현기가 재원시에 방문할 예정인데 백현기는 할아버지의 제자이니 분명 그가 재원시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속셈일 터였다.
거실문을 열자 배정환뿐만 아니라 가정 의사까지 와 있었다.
가정 의사는 배정환에게 몇 가지 약을 건네며 주의사항을 꼼꼼히 일러주었다.
“당분간 감정 변화가 심한 일은 피하시고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셔야 합니다.”
배정환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그에게 가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가정 의사가 배승호 옆을 지나가자 배승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옆자리에 앉아 물었다.
“백현기 일 때문인가요?”
배정환은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무르며 말했다.
“네 형한테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