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화
진여울은 식사 자리 내내 온채하에게 무례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웨이터가 요리를 설명할 때마다 온채하의 불편한 기색이 선명히 드러났다.
배승호랑 함께한 7년 동안 그녀는 부자들은 한 끼에 수백만 원이나 되는 식사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가난은 그녀를 위축되게 했고 마침내 그녀는 자신과 미래의 배승호 사이에 놓인 거대한 차이를 깨달은 듯했다.
웨이터가 다양한 포크와 나이프를 담은 쟁반을 들고 와서 온채하에게 선택을 권했을 때 그녀는 이 많은 식기의 용도를 전혀 알지 못했다.
진여울은 담담하게 보라색 세트를 고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 식기들이 마음에 들면 가져가도 돼. 기념이니까.”
물론 온채하는 평소에 쓸 일 없는 물건이라 이런 것들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웨이터의 환한 미소가 암시하는 압박감 속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작은 나이프 하나를 골라 들었다.
진여울은 창밖을 바라보며 여전히 부드럽고 예의 바른 어조로 말했다.
“오늘 밤 재원시에 폭죽 쇼가 있다고 들었는데, 곧 시작될 거야. 마음껏 즐기라고 일부러 이 자리를 예약했어. 승호가 너한테 잘해주니 분명 나중에 또 데리고 올 거야.”
그 폭죽 쇼는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온채하가 기억하는 것은 그 아름다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찔린 가난으로 인한 자괴감이었다.
진여울의 여유롭고 예의 바른 태도는 오히려 그녀를 더욱 소심하고 위축되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이런 고급 식사를 전혀 원하지 않았다.
배승호와 함께라면 그녀는 호빵만 먹어도 행복했다.
며칠 후 그녀는 배씨 가문으로 돌아왔고 배승호는 아주 늦게야 귀가했다.
그는 샤워를 마친 후 그녀가 유난히 우울해 보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
“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이야? 며칠 전에 여울이가 맛있는 거 먹으러 데려간다고 하던데? 입에 맞지 않았어?”
그녀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배씨 가문은 마치 화려한 새장과 같았지만 정작 그녀는 그저 들새에 불과했다.
“응, 나는 그런 음식 잘 못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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