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화
온채하는 부서 사람들의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태연히 넘겼다. 어차피 이곳에서 환영받는 일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온채하가 자기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육재은이 다가왔다. 눈가가 붉게 부어 있었던 육재은은 책상 위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온채하 씨, 잠깐 좀 따라와 봐요.”
그 말에 온채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육재은과는 일 말고는 따로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업무에 관련된 일이에요.”
육재은은 목이 멘 듯한 목소리를 남기고 그대로 복도를 걸어 나갔다.
할 수 없이 육재은의 뒤를 따라간 온채하는 탕비실에 도착했다.
육재은은 그곳에서 몰래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목덜미에는 희미한 붉은 자국이 보였고 모기에 물린 자국이라기에는 모양이 뚜렷했고 색이 옅어진 걸로 보아 며칠은 지난 듯했다.
안색마저 창백해 보이는 육재은은 몇 차례 헛기침을 하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배도윤 대표가... 채하 씨한테 참 잘해 주던데요.”
온채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육재은의 말 속에 묻어난 분노와 질투 그리고 깊은 무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육재은은 수년간 배도윤의 곁에서 모든 정성을 쏟아왔고 그가 자리를 공고히 하는 데 거의 전부를 걸었다. 그 과정에서 육재은은 자신이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될 거라 믿었지만 온채하가 나타난 순간부터 모든 게 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어젯밤, 배도윤의 정서는 유난히 불안정하고 날카로웠다.
육재은의 소망은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배도윤이 원하는 것을 그와 함께 쟁취하는 것이었다.
핏기 어린 눈빛으로 온채하를 바라보던 육재은은 결국 눈물을 훔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채하 씨가 제 처지를 이해해 줄 리 없겠죠. 오히려 제 약점만 드러날 테니... 그냥 됐어요.”
온채하는 육재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고 다만 육재은은 직장에서만큼은 분명 유능한 여성이었다. 실제로 육재은이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보면 배도윤의 성과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육재은의 노력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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