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9화
배승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의 손을 잡으려다 온채하가 무의식적으로 피하자 허공에 멈춘 손을 조용히 거두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2년 전, 왕현읍에서 실종된 지 오래된 한 소녀가 발견되면서 전국을 뒤흔든 인신매매 사건이 드러났어. 끌려간 여자들 대부분이 비극적인 일을 겪었고 범인은 혼자서 여덟 명을 팔아넘긴 데다 말을 듣지 않는 이들은 직접 목을 졸라 죽였지. 결국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고 그 사건은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어.”
그는 사회 뉴스를 따로 챙겨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관리들과의 대화 속에서 몇 마디쯤은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이 지역 관리들과 얽힌 만큼 자리를 지켜내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로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이 인신매매 사건을 의도적으로 미화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의 사주 때문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차가 막 두어 킬로미터 달렸을 무렵 배승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장선우였다.
“승호야, 너 온 교수 알지?”
배승호는 당연히 알았다. 재원대의 권위자, 학계에서 손꼽히는 거물. 본래 해외 진출 기회도 있었지만 스무 살 난 딸이 실종된 뒤 모든 걸 내려놓았다. 경찰이 사흘을 수색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온 교수는 연구 대신 평생을 딸을 찾는 데 바쳤다. 그가 가진 모든 학문적 인맥까지 동원했지만 온세현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배승호 역시 학생 시절 온 교수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장 선생님, 교수님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장선우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교수 딸, 벌써 수십 년째 소식이 없잖아. 부인하고는 인터넷을 통해 산골에 사는 한 아이를 알게 돼서 해마다 600만 원을 보내줬대. 그 아이가 두 사람한테는 거의 전부였던 거지. 재작년에 부인이 딸을 그리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에 그러더래. 딸은 꼭 찾아야 하고 그 아이도 끝까지 보살펴 달라고. 그게 유언처럼 남았어. 근데 요즘 들어 그 아이한테서 연락이 뚝 끊겼어. 교수도 전화를 여러 번 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