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7화
온채하는 이제야 눈치챘다. 배승호가 자신과 오빠 사이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차 문손잡이를 꼭 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이 더러운 사람 눈에는 뭐든 다 더럽게 보이지.”
“온채하, 가식 떨지 마?”
그는 짜증 섞인 숨을 내쉬며 성큼 다가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내가 더럽다고? 네가 그렇게 깨끗하다고 생각해?”
“짝!”
뺨에 강한 충격이 울렸다.
온채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거둬 뒤로 숨겼다. 손바닥이 얼얼하게 아팠지만 정작 더 아픈 건 가슴 깊은 곳이었다.
타오르는 불길 같았다. 가슴속이 그대로 지옥불에 던져진 듯했다.
배승호의 눈빛은 불꽃을 튀기듯 거칠었고 그는 그녀를 다시 붙잡아 엘리베이터 쪽으로 끌고 갔다.
“배승호! 놓으라니까! 지금 언니 때문에 시간이 없어!”
온채하는 이를 악물고 그의 손등을 물어버렸다.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퍼졌다.
곁에서 지켜보던 배도윤은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배승호는 그녀를 움켜쥔 채 배도윤을 향해 싸늘하게 눈을 돌렸다.
배도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채하를 마치 물건 다루듯 하네. 존엄 따위는 없는 것처럼.”
그 말은 칼날이 되어 온채하의 가슴을 난자했다. 수없이 베이고 또 비틀린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그 순간 배도윤의 전화가 울렸다. 비서 주기범이었다.
“대표님, 이틀 전 계약한 프로젝트가 갑자기 터졌습니다. 경찰이 협력사에 들어와 증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배도윤은 곧장 배승호를 바라봤다.
배승호는 비웃음을 흘렸다.
“일이 터졌구나. 배도윤, 내가 널 건드리지 않은 건 할아버지 때문이야. 내 바닥까지 건드리지 마. 나한테는 형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잠시 굳은 배도윤의 표정은 곧 다시 평온해졌다.
“넌 늘 그렇게 무모하지.”
배승호의 웃음은 싸늘했다.
“감히 날 훈계해?”
이번 프로젝트는 배도윤에게 가장 중요한 건이었다.
며칠 전 휘성 그룹 건을 성사시키지 못해 이미 할아버지 눈 밖에 났다. 그런데 이번엔 배승호가 온채하 문제로 협상을 깨뜨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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