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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왜 믿지 않나요?” “배승호 씨는 유교 쪽에 더 가까우시죠. 사람은 하늘을 이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중시하시니까요. 하지만 불교는 내면의 깨달음을 강조합니다.” “감정은 조금 다르죠.” 그가 짧게 말하곤 시선을 돌렸다. 앞에는 무성하게 자란 인연나무가 있었고 곁에는 이름을 적어 매다는 붉은 천이 걸려 있었다. 크기가 클수록 값이 비쌌다. 그는 가장 큰 것을 골라들었지만 이름을 쓰기엔 어딘가 우스꽝스러웠다. 대신 ‘JC’라는 두 글자를 적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색했지만 사진 한 장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 곧 답이 왔다. 【승호 형, 절에 갔네요? 복을 비는 건가요? 좋습니다, 역시 세심하시네요. 우리 군성 그룹도 분명 더 잘될 겁니다! 언제 형수님 모시고 나와서 최근 인수 건도 같이 축하합시다!!】 배승호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을 챙겼다. 그때 진동이 다시 울렸다. 【승호 형, 아까는 제가 성급했네요. 형이 이런 데 시간을 쓰실 분이 아니죠. 이거 설마 인연 기원하는 거예요? 혹시 형이랑 형수님 이름 약자인가요? 그런데 왜 군성 그룹이랑 똑같죠? 우연인가요?】 배승호는 휴대폰을 무시했다. 오늘은 정장을 입고 있어 나무를 오르기도 불편했다. 그는 곁의 어린 스님을 불렀다. “이거 좀 걸어줄래요? 내가 절에 40억 원 기부하죠.” 주지 스님이 곁에서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어린 스님이 잽싸게 받아 올라가며 대답했다. “스승님, 절도 시대에 맞춰야지요. 40억 원으로 부처님 연꽃 방석을 새로 해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제자는 단숨에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며 붉은 천을 매달았다. 주지 스님은 합장하며 나직이 염불을 읊었다. “아미타불.” 가장 높은 가지에는 오래전 누군가 단 붉은 천이 하나 있었다. 그 가지는 유독 곧게 위로 솟아올라 다른 가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월이 흐르며 빛이 바래 있었지만 그 정성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배승호도 그 붉은 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사람은 돈을 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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