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전화기 너머로 그녀가 평생 잊지 못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남, 네가 큰 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며? 이젠 내 전화도 받지 않는 거냐? 다 컸다 이거지? 네가 일하는 곳을 알고 있어. 내일 보자. 네가 보고 싶어서 네 남동생이랑 같이 왔어.”
그녀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 오랫동안 이 남자와 관련된 악몽을 꾸지 않았는데 지금은 손이 떨렸고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입술은 하얗게 질렸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뿌리 깊이 박힌 고통이 덩굴처럼 오랫동안 먼지로 싸여 있던 과거에서 점점 퍼져 나왔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운성 빌리지로 돌아갔다.
샤워를 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물이 찬 줄도 몰랐다.
배승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인이 서둘러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또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어요. 돌아와서는 바로 위층으로 가셨습니다.”
그는 양복을 옷걸이에 걸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배승호의 차가운 태도를 보고 하인은 두 사람이 또 다퉜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승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고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는 듯했다.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사모님 방의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주무시고 계셨어요.”
온채하는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고 운성 빌리지에서 그녀는 늘 혼자였다.
안방으로 돌아온 배승호는 문을 연 순간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늘 이런 자세로 잠을 잤다.
깨우려고 하려는 순간, 빨갛게 달아오른 온채하의 뺨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뻗어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서둘러 하인에게 해열제와 미지근한 물을 가져오라고 하고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 억지로 입을 벌려 약을 먹였다.
온채하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승호 씨?”
그녀는 흐리멍덩한 눈을 뜨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에 배승호는 순간 멈칫했다. 예전에 한창 바빴을 때도 집으로 돌아오면 잠들어 있던 그녀가 그의 인기척 소리를 듣고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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