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화
온채하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길을 막고 있던 주원의 팔을 살짝 잡아 옆으로 비켜 세웠다.
그러자 주원의 눈빛이 환하게 빛나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쪽은 전부 성악과 학생들이에요. 한번 가서 구경해 보세요. 아, 마침 장 선생님이 제게 전화 주셨는데 다 보고 나서는 그냥 저희 쪽으로 오면 됩니다. 길 잃지 말고요.”
“고마워요. 선배.”
온채하의 얌전한 태도에 주원의 가슴이 두근거렸고 이렇게 예쁘고 온화한 여자는 오랜만이었다.
“별말씀을요. 그러면 천천히 둘러보세요.”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주원은 단순한 생각으로 선배라는 명목을 이용해 온채하를 공연 대기실 쪽으로 데려와 본 거였다. 오늘은 특히 성악과와 무용과 학생들이 많이 무대에 오르는 날이라 단순한 구경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온채하가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자 속으로 크게 흐뭇해했다.
주원이 자리를 뜨자 온채하는 천천히 성악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의자에 앉은 몇몇 여학생들이 한창 수군거리고 있었다.
“진여울 씨가 진짜 왔더라. 아까 봤는데 너무 예쁘지 않니? 진여울 씨가 만든 다섯 곡은 지금도 엄청 핫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큰 국제상을 받은 작곡가가 얼마 만이야. 요즘 초특급 가수들이 죄다 곡을 부탁한다는데 다 거절했다잖아. 이제는 재원 대학교의 객원 교수로 들어가서 전통 성악 계승에 전념할 거래. 정말 스케일이 다르지.”
“원래 집안이 대단하잖아. 부모님이 누군데... 음악계의 거목들이잖아. 그런 집에서 태어나면 딸이 저렇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나 진짜 긴장돼. 오늘 학교에서 일부러 진여울 씨한테 우리 무대를 봐 달라고 초대한 거라던데. 혹시라도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 해서 곡 하나 써 주면 우리 인생 바로 달라지는 거 아냐?”
여학생들이 떠들어대는 동안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의 한 학생은 묵묵히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앉아 있는 모습에 다른 아이들이 슬그머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단발머리 학생은 작은 소리로 흥얼거리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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