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온채하는 가만히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무대를 마친 학생들은 금세 밖으로 나가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온채하는 무대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하여름을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여름은 분홍색 헬멧을 쓰고 있었다.
온채하는 순간 입술이 달싹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고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얘는 분명 나의 팬이야.’
온채하는 예전부터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고 팬들과 가끔 대화할 때 농담처럼 말했다. 언젠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드러내야 할 날이 오면 분홍색 헬멧을 쓰고 나올 거라고 말이다. 괜히 불필요한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때 온라인에는 온채하의 이런 얘기를 흉내 내며 분홍색 헬멧을 쓰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진짜 인간 꾀꼬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결국 모방자들은 모두 가짜로 낙인찍히고 사라졌다.
인간 꾀꼬리라는 별명은 그만큼 뜨거웠고 팬들의 결속력도 대단했다. 오죽하면 억지로 끼어들어 인기를 노리던 사람들은 모조리 팬들의 공격에 밀려 사라질 정도였다.
하지만 팬이 많아지면 언제나 극성스러운 부류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팬들은 누군가를 붙잡아 집중적으로 욕하기도 했는데 온채하는 그때마다 직접 나서서 제지했다. 가끔 상황이 심해질 때 온채하는 말이 과격할 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내 팬이 아니에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해치지 마세요. 저를 좋아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저는 광고도 안 하고 방송에도 안 나가고 후원도 받지 않아요. 싸우고 다툰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땐 너무 어렸다. 모든 걸 다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무대 밖에서는 사회자가 다음 순서를 알리고 있었다. 바로 하여름의 독창곡인 꽃의 영혼이었다.
그런데 하여름은 분홍색 헬멧과 직접 만든 분홍 드레스를 입은 채, 갑자기 허둥지둥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하여름은 창백한 얼굴로 문고리를 움켜쥔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온채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하여름이 나오지 않자 다급해졌다. 바깥 무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고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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