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마침 배도윤의 다른 비서 주기범도 룸에서 나왔다.
배승호는 그를 향해 턱을 치켜들며 말하였다.
“핸드폰 좀 빌려줘.”
주기범은 잠시 당황하다가 미처 답하기도 전에 배승호는 그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배도윤의 측근으로서 주기범은 당연히 배승호의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성격을 싫어했다.
하지만 배승호는 그의 상사였고 예의를 지키고 자기의 분수에 맞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배승호는 온채하의 번호를 다 입력하기도 전에 연락처에 저장한 이름 ‘온채하 님’이 액정에 나타났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기범을 힐끔 쳐다보았다.
주기범은 미간을 찌푸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승호는 초조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면서 넥타이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이렇게 하면 숨쉬기가 편할 것 같았다.
통화가 바로 연결되었고 온채하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비서님, 무슨 일이죠?”
남편의 번호를 차단하고 남편 비서의 번호도 차단하면서 다른 사람의 비서를 잘 아네.
배승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가 보낸 문자를 못 봤어?”
온채하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참으면서 차분하게 말하다가, 전화기 너머로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리자,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주 비서를 어떻게 했어?”
이 말은 비수처럼 배승호의 가슴에 찔렀다.
그는 몇 초 동안 충격에 빠졌다가 피식 웃었다.
“그 자식을 죽였지. 온채하, 내 인내심에 도전하지 마. 지금 너한테 짜증이 나니까.”
“짜증 나면 전화하지 마. 배승호, 나도 귀찮아 죽겠어. 네 목소리만 들어도 토할 것 같으니까.”
“다시 말해 봐.”
그러나 온채하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배승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기범의 핸드폰을 벽에 던져 부숴버렸다.
주기범의 이마에 핏줄이 섰지만 감히 입을 벌리지 못했다.
배승호는 밖으로 나가면서 성시현에게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남은 절차를 다 마무리하고 와.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먼저 갔다고 전해.”
성시현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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