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온이윤이 만든 도시락에는 신선한 채소는 물론이고 큼직하게 썰린 고기도 가득했다.
따끈한 고기에서 흘러내린 육즙이 흰쌀밥에 스며들어 군침을 자극했다.
온채하는 원래도 온이윤이 해준 밥을 좋아했다.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하려는 순간 창문이 벌컥 열리더니 배승호가 그대로 안으로 넘어 들어왔다.
방 안 가득 퍼진 음식 냄새에 식욕이 동한 듯,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은 남자는 곧장 식탁에 앉아 온채하가 준비해 둔 도시락을 빼앗아 먹기 시작했다.
온채하는 분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말없이 도시락을 먹고 있는 남자가 얄밉기 그지없었다.
순식간에 그릇을 깨끗이 비운 그가 태연하게 말했다.
“물 한 잔 따라 줘.”
온채하는 남자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입을 앙다문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배승호가 손을 뻗어 온채하의 손목을 붙잡았다.
“성 비서더러 네 저녁 챙겨주라 했는데 왜 전화 안 받았어.”
배승호의 손을 뿌리친 온채하가 다시 냉장고에서 도시락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집어넣었다.
묵묵히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이번에도 배승호에게 음식을 빼앗겨버렸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배승호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현관 쪽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남자가 문을 여니 음식 카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운성 빌리지 셰프가 만든 요리랑 유명한 한의사가 지어준 보약이야. 다 먹어.”
온채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그 속에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왜 이 남자 앞에서는 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걸까.’
배승호가 잔뜩 굳은 온채하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급 식판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남자가 코웃음 쳤다.
“고작 도시락 두 개 빼앗아 먹을 걸로 이러는 거야?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잊었어? 잘 먹고 잘 자라고 했잖아.”
“너만 아니었으면 지금보다도 잘 먹고 잘 잤을 거야. 덤으로 이십 년은 더 오래 살았겠지.”
순간 손짓을 멈춘 배승호가 마지막으로 보약을 꺼내 온채하의 앞에 내밀었다.
“먹어. 다 먹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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