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김연주는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배승호는 다가가 과일을 다시 놓으며 물었다.
“증손자 한번 안아보고 싶지 않으세요?”
“흥, 네가 좀 제대로 채하에게 잘해줬더라면 내가 지금까지 아이 그림자도 못 봤겠어?”
배승호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그녀 곁에 앉으며 말했다.
“내일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요. 할머니가 없으시면 온채하가 힘들어할 거예요.”
김연주의 얼굴에 비로소 흔들리는 기색이 스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저 채하가 불쌍해서 그러는 거야.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너라는 낯선 사람을 따라 여기저기 떠돌았지. 다행히 네가 예전에는 나름 믿을 만했지만, 채하도 분명히 고생했을 거야.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데, 너마저 변심했으니, 조금이라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채하가 너랑 함께한 십여 년 세월이 대체 무엇이 돼? 여자란, 사람 하나 잘못 고르면 일생을 망치는 늪에 빠진 법이야.”
배승호는 그 말을 듣기 싫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 하나 잘못 고르면 일생을 망치는 늪이라니요? 제가 온채하에게 잘해주지 않았나요? 할머니는 온채하가 오늘 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면서요.”
“채하가 설령 무슨 일을 했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 채하가 얼마나 순수한지 내가 모르냐? 채하는 네가 억지로 이 권력의 싸움에 끌어들였잖아. 그 아이는 백지상태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였어. 됐어, 더 이상 할 말 없어. 이 늙은 뼈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너희들 알아서 해. 주식 문제는 내가 이미 결정했어. 가족 전체가 반대해도 나는 채하에게 넘겨줄 거야.”
“온채하가 할머니 주식 따위를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흥, 그럼 네 주식까지 채하에게 줄 거야?”
배승호는 아무 말도 없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
“할머니, 일찍 쉬세요. 우리 일로 마음 졸이지 마세요. 그러면 몇 년은 더 오래 사실 수 있을 거예요.”
김연주는 다시 과일을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정말로 맞힐까 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