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그녀는 배승호에 대한 감정을 아주 깊숙이 감춰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줄곧 배승호와 진여울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주선해 왔기에 이는 애초에 연모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볼 수 없었다.
임수민은 이 일에 관해서만은 한 번 똑똑하게 행동한 셈이었다.
임재준이 떠나자 그녀는 배승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승호 오빠,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을게. 그냥 내가 넘어져서 다쳤다고 할 거야. 그러면 나랑 재진 함께 가주고 맛있는 거 사주면 안 돼? 우리 오빠를 생각해서라도…”
배승호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마침 나도 임씨 가문 어른들께 무릎 꿇고 싶지 않아. 요즘 정말 너무 바빠.”
“흥, 온채하 그년은 항상 오빠한테 폐만 끼쳐.”
그녀는 중얼거리며 살짝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색을 엿보았다.
“승호 오빠는 정말 잘 생겼어. 재원시에서 승호 오빠보다 더 잘생긴 남자는 없을 거야.”
배승호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일찍 쉬어. 나중에 다시 너 보러 올게.”
임수민은 달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그녀는 아까 흥분했던 상태에서 진정되었다.
원래는 감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뻔했다. 하지만 온채하가 십몇 년 동안 사랑해 온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달래주고 보살펴준다는 생각을 하자 그 복수에 성공한 쾌감이 광란처럼 밀려오며 온몸을 후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눈을 향해 날아오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
눈빛에 담긴 증오는 더욱 선명해졌다.
‘온채하... 저 미친년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리겠어!’
배승호가 복도를 나와 보니 임재준이 아직 그곳에 서 있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임재준은 살균 티슈로 손가락을 닦고 있었다.
배승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여동생한테 사과는 해 뒀어. 당분간 임씨 가문에는 알리지 말아 줘.”
임재준은 티슈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온채하는 어때?”
“본가에 있어.”
“내 동생이 말하지 않으면 나도 말 안 할 거야. 임씨 가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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