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온채하는 조용히 서 있었고 주변에 고요한 기운이 감돌았다.
배승호는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손에 든 컵만 꽉 쥐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오직 조예림의 얼굴에만 기쁨이 가득했다.
“흔치 않은 좋은 기회야. 아들, 얼른 승낙해.”
그녀는 배승호의 팔을 톡톡 쳤다.
배승호는 움직이지 않은 채 가볍게 시선만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나를 떨쳐내고 누구랑 살 생각이야?”
말을 마친 그는 살짝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가볍게 토닥였다.
“여보, 됐어. 돌아가자. 할머니께서 약 처방전을 운성 빌리지로 보내주시면 그쪽에서 사람을 시켜 약을 지어줄게.”
온채하가 말하려는 순간 김연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늙은 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태민 씨가 내 맥을 봤는데, 기껏해야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너희 할아버지는 아직도 삼사 년은 더 살 것 같대. 내가 더 빨리 떠날 것 같아. 너희들이 이혼하겠다면, 내가 떠난 다음에 해. 채하야, 내가 너에게 별장 한 채와 배성 그룹 지분 3%를 남겨줄 테니, 배당금을 받아도 좋고 바로 팔아도 좋아. 너희들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늙은이의 얼굴을 봐서 좀 참아 줘. 나도 이제는 더 이상 너희 사이를 중재할 힘도 없어, 원래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가에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내일부터는 지팡이를 짚어야 해. 앞으로 자주 너희들을 찾아가지도 못할 것 같아. 채하야, 시간 될 때 이 늙은이 좀 보러 와줘.”
온채하는 입을 벌리려던 참이었으나 꿈틀거리던 감정이 순간 꺾여 버렸다.
“할머니...”
배성 그룹 지분 3%가 의미하는 바를 모를 사람이 있을까? 이는 조 단위의 가치였고 배성 그룹의 자손들도 이만큼의 지분을 가지지 못했다.
온채하가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른다 해도 이 엄청난 은혜는 거절할 수 없었다.
김연주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 안색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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