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조예림은 가슴을 움켜쥔 채 증오 어린 눈빛으로 온채하를 노려보았다.
배승호는 신발을 신으며 두 사람 사이의 살벌한 분위기를 못 본 척했다.
그 순간 김연주의 목소리가 이 상황을 깨뜨렸다.
“채하야, 어서 와 앉아. 내가 태민 씨에게 네 상태를 말하고 진맥 좀 해달라고 했어.”
한의사는 황태민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개량 한복을 입고 선비처럼 넓고 우아한 풍모를 띠고 있었다.
온채하는 침묵하며 소파 쪽으로 걸어가 앉았다.
김연주가 그녀의 손을 잡아보니 손바닥에 땀이 가득 맺혀 있었다.
“왜 이렇게 땀에 젖었니? 또 몸이 아픈 거야?”
말을 마친 김연주는 배승호를 바라보며 속이 탔는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며칠 전부터 말해줬잖아, 좀 조심하라고. 너는 매일 그 망할 회사 일만 하고 다니면서, 채하를 돌보지도 않는 거야?”
예전 같으면 배승호는 반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그녀의 옆자리로 걸어가 앉더니 다리를 쭉 뻗은 채 눈을 감았다.
김연주는 몇 마디를 꾸짖은 후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듯 온채하의 손을 끌어 한의사 앞에 앉혔다.
“태민 씨, 어서 우리 손주며느리 진맥 좀 해봐요. 대체 어떤 상황인가요?”
황태민은 온채하에게 한쪽 손을 내밀라고 했다.
온채하는 황태민이 시키는 대로 했다.
한의사는 그녀의 안색을 살피다가 입을 벌리라 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다 기혈이 이렇게까지 쇠약해진 거예요?”
진맥을 마친 그는 배승호를 한번 쳐다본 후 다시 온채하를 보며 말을 가다듬었다.
김연주는 조바심이 나서 다그쳤다.
“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어서 똑바로 말해요!”
“조리가 필요해요. 기혈이 모두 고갈되어 아이를 가질 수 없을 지경이에요. 간기울결로 보아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 상태도 좋지 않네요. 이대로라면 근본이 상하여 수명이 보통 사람보다 20년은 짧아질 거예요. 식욕부진, 다모증, 가슴 답답함, 메스꺼움, 반응 둔화 등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그는 말하면서도 온채하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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