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짧게 대답하던 배승호는 온채하를 잡아당겼던 손을 놓고는 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그는 등을 뒤로 젖히고 속눈썹을 내렸다.
“언니 집으로 데려다줄게. 이따가 성 비서가 데리러 올 거야.”
온채하는 창밖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배승호가 옆에 있던 새 컴퓨터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지난번에 성시현한테 준비하라고 한 컴퓨터였다.
“지난번에 컴퓨터가 고장 났잖아. 이걸로 써.”
그녀는 컴퓨터를 받지 않았다.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던 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컴퓨터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손을 뿌리치자 새 컴퓨터는 밑으로 떨어졌고 틈 사이로 분홍색이 살짝 보였다.
화가 난 배승호는 머리가 아팠다.
차가 온이윤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문을 열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그런데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순간, 기억 속의 그 소년의 목소리와 겹쳤다.
“여보, 집에 돌아오는 거 잊지 마.”
발걸음을 멈추던 그녀는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배승호는 그녀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시선을 거두고는 등을 의자에 기대었다.
“이만 돌아가자.”
옷을 갈아입고 진씨 가문으로 가야 했다. 오늘은 진여울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고 예술단에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파티에 많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
온채하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잠시 후, 온이윤의 집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안에서 들려오는 건 온이윤의 목소리가 아니라 방해옥의 목소리였다.
“어쩜 이렇게 쓸모가 없는 거니? 돈만 축내고 있잖아. 그동안 민간요법을 그렇게 많이 썼는데 아직도 임신이 안 되다니. 이건 뭐 알을 낳지 못하는 암탉도 아니고.”
방해옥은 욕을 하면서 문을 열었고 온채하를 보고는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
“우혁이 직속 상사의 와이프?”
“온채하라고 합니다.”
온이윤은 혼자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이곳의 주방은 2평 남짓한 좁은 곳이었고 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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