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2화
유태진의 의도는 명확했다. 그의 말은 겉으로는 가볍게 들렸지만 그 속에는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주도영은 침묵에 빠졌다. 메일함 속 초대장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분노와 시기심으로 가득했다. 그 감정들은 점차 무력감으로 변해갔고 주도영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박은영이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 그녀와의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허황한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박은영을 저버린 탓에 이제는 가족으로서도 개인적으로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바랄 자격이 없었다.
“초대장은 은영이가 보내라고 한 거예요?”
주도영은 책상 위에 놓인 비행기 모양의 휴대전화 고리를 보며 물었다. 그것은 박은영이 직접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는 일부러 장민지에게 보여주려고 건넨 것도 결국 참지 못하고 되찾아 온 것도 바로 이 휴대전화 고리였다.
유태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아닌데요.”
“은영 씨는 그쪽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주 대표님은 그녀에게 더 이상 중요한 존재가 아니에요. 그래서 초대할 생각조차 안 한 거죠. 물론 참석하시겠다면 저희 부부가 최선을 다해 모실 거고요.”
주도영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유 대표님은 정말 제가 결혼식에 참석하기를 바라요? 참 가식적이시네.”
유태진이 자신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초대장은 초대가 아니라 경고와 과시하는 것이었다.
유태진도 잘 알고 있었다. 주도영이 참석한다면 박은영이 얼마나 불편해할지를. 그의 존재 자체가 박은영의 기분을 망치고 소중한 순간을 방해할 것이라는 사실을.
차를 운전하는 유태진의 눈에는 아무런 파동도 보이지 않았다.
“주 대표님, 참석하시든 말든 그건 저희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요. 당신의 축복이 없더라도 저는 은영 씨를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 자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은영 씨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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