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3화

이것은 유태진에게 배서훈과 박은영이 있는 장소를 알아낼 기회를 준 셈이나 다름없었다. 유태진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배 대표님은 확실히 잔인하고 결단력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하지만 왜인지는 몰라도 늘 성급하게 굴더군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자식의 안전조차 확보해 줄 수 없다는 게 더 말이 안 되죠. 나는 당연히 아이를 위해 모든 걸 고려하고 대비할 거예요. 교활하고 간사한 사람들이 더러운 일을 벌이는 데에 내 자식을 끌어들이는 걸 두고만 볼 순 없으니까요. 안 그래요?” 배서훈도 유태진이 이미 아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뉴오이에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던 기관은 그저 유태진이 쳐 놓은 연막에 불과했다. 마음먹고 조사하는 사람들도 모든 것이 평소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배서훈은 유태진이라는 인간을 극도로 혐오했다.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 놓듯 유태진 역시 얼마든 술수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둘 중 한 명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었다. 알비온의 시장을 차지할 기회와 협상 카드는 완전히 사라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제는 박은영마저 데리고 떠날 수 없게 되었다. 등 뒤에 난 상처가 다시 쓰라려 왔다. 오늘 겪은 모든 일들이 배서훈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아 계속 아프게 그를 찌를 것만 같았다. 배서훈은 순간적으로 유태진의 회사에 대한 분노와 굴욕감이 더 큰지, 아니면 박은영이 자신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더 큰지조차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가만히 박은영을 응시하면서도 유태진에게 말했다. “할 말 있으면 그냥 다 터놓고 얘기하죠. 유 대표님,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박은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평생 배서훈과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유태진이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배 대표님, 배승연 씨는 아직 국내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둬야 할 거예요. 배 대표님 아버지가 말했던 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