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2화
바람이 휘몰아치며 박은영의 시야를 흐렸다.
하지만 그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익숙한 실루엣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검은 옷차림의 그 얼굴은 이틀 내내 꿈속에서도 간절히 그리워하던 것이었다. 배서훈의 말을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두려움은 잠재울 수 없었고, 그가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악몽을 꿔 가며 밤을 지새웠다.
박은영은 머릿속을 채우는 수많은 감정들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그저 몸의 균형만 잡고 무작정 그에게 달려갔다.
마침내 점점 속도를 줄이며 잦아드는 프로펠러 아래에서, 박은영은 따뜻한 남자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유태진 역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막 도착하던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박은영을 발견하고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뛰어내려 버렸다.
드디어 유태진은 자신의 온 세상이나 다름없던 박은영을 품에 단단히 안았다.
그는 멈추지 않는 박은영의 심장 박동을 조용히 느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박은영은 아무 말 없이 유태진을 꽉 끌어안은 채, 그가 정말 유태진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이제 괜찮아. 내가 직접 데리러 왔어. 우리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유태진은 허리를 약간 숙인 채, 박은영의 등을 계속해서 토닥여 주며 그녀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간신히 억눌러 두었던 박은영의 감정은 그제야 통제력을 잃었다.
유태진이 죽었다는 소식과 그로 인해 생긴 상실감이 매 순간 박은영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박은영은 스스로를 위로해야 했다. 유태진은 하늘이 돕는 사람이라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자기최면을 걸며, 온갖 변명과 이유를 찾아내 마음속의 유태진을 살려내야 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유태진이 살아있을 거라고 믿긴 했지만 정작 그를 정말로 다시 만나게 되니 박은영은 한꺼번에 밀려오는 감정을 감당하기에 버거웠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가 힘겹게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무사했구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박은영은 유태진의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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