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3화
휴대폰 화면의 절반이 깨져 있었다.
박은영은 재빨리 휴대폰 화면의 밝기를 최저로 낮췄다. 신호가 미약하게나마 한 칸 정도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그래도 박은영은 이것 역시 희망이라고 여겼다. 막 GPS를 켜고 이전의 위치 정보가 전송되었는지를 확인하려는 참이었다.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나왔어요?”
박은영은 등줄기에서 왜인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다행히 휴대폰 밝기를 최대한 어둡게 낮춘 덕분에 휴대폰의 흔적이나 수상한 낌새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침착하게 몸을 돌렸다.
뒤에서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배서훈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사색에 잠긴 듯 박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진 씨한테서 아무런 소식이 없는데 제가 어떻게 잠을 자겠어요.”
박은영은 정면 돌파가 아닌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대답을 골랐다.
배서훈은 한 손을 호주머니에 꽂아 넣고 박은영을 바라보았다. 도화가 낀 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서려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다.
“난 또, 은영 씨가 저를 못 믿어서 떠나려는 줄 알았잖아요.”
그 말에 박은영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한밤중에 외국에서 제가 어딜 갈 수 있겠어요.”
배서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네요. 지금 여기가 조금 혼란스럽거든요.”
박은영은 이미 소리 없이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다시 넣고 천천히 배서훈 쪽으로 걸어갔다.
“동료들은 괜찮나요?”
“문제없습니다. 내일이면 바로 귀국시킬 예정이거든요.”
배서훈은 아무 이상 없다는 듯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박은영은 배서훈에 대한 경계심이 그 무엇보다 컸다. 예전에는 그를 그저 밝고 쾌활한 성격에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일들은 겪은 지금, 박은영은 배서훈이 생각보다 더 위험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은영은 침착하게 주택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아무런 이상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베서훈 역시 그녀와 나란히 발맞춰 걸었다.
예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