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4화
박은영은 갑작스러운 배서훈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정작 이런 말을 듣게 되자 심장이 세게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배서훈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
평소 차분하고 부드러웠던 박은영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더 이상 가식적인 상냥함마저도 없었다. 그녀는 눈앞의 남자에게 어떻게든 상처를 주기 위해 차가운 눈빛만을 유지했다.
바로 그 시선이 배서훈을 우습게 만들었다. 누가 봐도 지금 박은영은 배서훈을 죽도록 증오하고 있었다.
‘말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자극할 수도 있구나.’
배서훈은 박은영에게 한 발짝 다가가 어둠을 뚫고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모든 작은 표정까지 세세하게 뜯어보았다. 심지어는 그녀가 현실을 받아들인 후의 고통을 보려는 듯 한 마디 덧붙였다.
“놀랄 필요 없어요. 제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으니까요. 안 그랬으면 제가 왜 은영 씨를 여기에 머물도록 하겠어요?”
박은영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손을 미세하게 떨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냉정했다.
배서훈은 박은영의 이런 시선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딱히 개의치 않고 다시 허리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영 씨, 유태진은 죽었어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고요. 그러니까 은영 씨도 더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죠.”
무슨 이유에서인지 배서훈은 이런 말을 할 때조차 환히 웃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활기차고 명랑했지만 과거의 느낌과는 차원이 달랐다.
박은영은 그제야 유태진이 왜 배서훈을 그런 식으로 평가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릴지라도 심성이나 견식,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잔혹함과 야비한 속셈까지 모두 소름 끼칠 지경이라 감히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
박은영이 비웃으며 물었다.
“도대체 태진 씨를 얼마나 두려워하길래 이렇게까지 죽길 바라는 거예요?”
배서훈은 박은영이 일부러 자신의 아픈 곳을 찌르려 한다는 속셈을 눈치챘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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