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8화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배서훈은 박은영의 눈을 마주치더니, 그녀 손에 들린 구형 전화기를 힐끗 바라봤다.
“연결이 안 돼요? 아마 이 지역 대부분이 신호가 잡히지 않을 거예요. 조금 뒤에 다시 시도해 보세요.”
그 말이 박은영의 가슴이 콕 하고 찔렸다.
이유 모를 서늘한 감정이 서서히 번져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서훈은 시계를 흘끗 보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배고프죠? 식사 준비하라고 할게요.”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긴 낯선 나라예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하지만 제 곁에 있는 동안은, 안전할 거예요.”
박은영은 대답 대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창 너머, 여전히 총을 든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이곳은 그녀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물론 배서훈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를 온전히 믿기엔 어딘가 꺼림칙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식사가 들어왔다. 놀랍게도 익숙한 국내 음식이었다.
“저와 함께 온 사람들은요?”
배서훈은 그녀의 그릇에 국을 떠주며 담담히 대답했다.
“다른 곳에서 쉬고 있어요. 곧 보내드릴 겁니다.”
비록 배서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적대적인 기색을 보이지 않았지만, 박은영은 그 안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러나 굳이 맞설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상황을 지켜볼 때였다.
배서훈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는 걸 느꼈지만, 박은영은 일부러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은영 씨는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그는 유태진보다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가문도, 능력도, 어느 것 하나 밀릴 게 없었다.
“심심하면 말해요. 뭐든 같이 해봐요.”
그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 눈빛엔 자신도 모를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박은영은 그를 바라보다가 담담히 대답했다.
“괜찮아요. 전... 빨리 떠나고 싶어요.”
그 한마디에 배서훈의 미소가 희미해졌다.
그러나 그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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