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7화
박은영의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 생각이 뒤엉켰다.
이들은 정중한 태도로 요구하고 있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의도는 너무도 분명했다.
거부한다면, 그다음은 강제로 빼앗길 것이다.
결국 그녀는 동료의 휴대폰을 천천히 내밀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총을 든 남자가 길을 안내했다.
박은영은 고개를 돌려,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함께 이동하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 나라의 현지인이었다.
국내에서 온 팀원들은 모두 다른 차량,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주 이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 채, 그저 한 발 한 발 옮기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안내를 따라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곧, 그곳이 얼마나 이질적인 공간인지 깨달았다.
눈부시게 고급스러운 대리석 계단, 벽면을 따라 늘어선 수입 그림들... 혼란에 빠진 나라의 현실 속에서도, 이곳만은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고요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등 뒤에서 울리자, 박은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잠시 후, 앞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고개를 든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엔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왜... 당신이 여기 있어요?”
박은영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
깊은 남색 캐주얼 차림, 느긋한 표정, 자신감이 어린 눈빛과 나른한 말투... 배서훈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더니, 유리컵에 물을 따랐다.
“제가 아니었으면, 은영 씨는 오늘 그놈한테 꽤 고생 좀 했을 겁니다.”
박은영은 바로 쿠레노아 가문의 그 남자를 떠올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신과 그 사람 사이에는 원한도, 얽힘도,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배서훈도 굳이 그 남자의 정체를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많이 놀랐나 보네요.”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긴 은영 씨가 알던 국내처럼 평온한 세상이 아니에요. 한 번의 혼란이 시작되면,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너질 거예요.”
박은영은 여전히 그를 주시했다.
“그래서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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