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7화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제야 임지효는 자신이 방금 내뱉은 말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깨달았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저 구경하듯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심지은이 ‘약혼한 사이라’는 말을 꺼내고, 심준영의 시선이 심가희가 아닌 심지은에게 머무는 순간 모든 걸 직감했다.
...
하지만 지금은 입이 머리보다 먼저 움직인 뒤였다.
“어, 저... 저는 그런 뜻 아니에요...”
순간, 옆에서 내내 침묵하던 하수혁도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심가희의 표정은 하나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감정을 숨기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능숙했다.
“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
박은영은 한숨을 내쉬며 심준영과 심지은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잠시의 정적을 깨듯, 회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의 회의는 비전 기업에서 진행 중인 신형 항공기 연구와 성능 테스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석자들은 세부 사양과 후속 연구 방향을 두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약 30분 동안, 그들의 대화 속에는 오직 기술과 수치, 효율성만이 오갔다. 누구도 사적인 감정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끼이익.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섰다. 정갈한 슈트를 입은 유태진이었다.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걸음에서는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유태진은 인파 속에서도 단번에 박은영을 찾아냈다.
그는 자연스레 사람들 틈을 걸으며, 스쳐 지나가는 이들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 앞에서 멈춰 섰다.
임지효는 상황의 구체적인 내막은 몰랐지만, 유태진이 박은영의 남편이라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고마워요, 지효 씨.”
그가 자리에 앉자, 박은영이 속삭였다.
“태진 씨, 왜 여기까지 왔어요? 아직 몸도 다 안 나았잖아요.”
“이 프로젝트는 로열 그룹이 주요 공급처잖아. 대표로 참석하는 게 맞지.”
순간,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둘 바뀌었다. 유태진이라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