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1화
“저한테 먼저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박은영이 반박했다.
‘태진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이야.’
유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예전엔 나도 고집이 있었지. 그깟 자존심 때문에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어. 그래서 네가 괜히 많은 고생을 하게 된 거야. 하지만 바람피웠다는 건... 인정 못 해.”
박은영은 말없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유태진은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녀의 손을 움켜쥐며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내 마음속엔 단 한 순간도 다른 사람을 담은 적 없어. 예전에도, 지금도... 난 너에게만 9년을 다 바쳤어.”
그는 더는 숨기려 하지 않았다. 병든 몸은 그의 입을 가로막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걸 털어놓게 했다.
“네가 오해했던 그 커플 프사, 정말 기억 안 나? 그거 네가 직접 그린 거잖아.”
박은영은 기억을 더듬었지만, 선명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 순간, 유태진은 침대 머리맡 서랍을 열어 액자 하나를 꺼냈다.
A4 용지 위에는 그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고, 오른쪽 아래에는 곱고 단정한 글씨로 ‘은영’이라는 사인이 남겨져 있었다. 분명 그녀의 글씨였다.
그제야 오래된 기억이 희미하게 되살아났다.
어릴 적,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스케치를 즐기던 시절... 영감이 스치면 종이를 채웠고,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곤 했다.
“우리 할아버지랑 네 할아버지는 전우 사이였어. 그해 네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 내가 함께 갔지. 넌 낯가림이 심해서 사람 많은 데는 잘 나가지도 않고, 정원 구석에 혼자 앉아 그림만 그리고 있었어. 난 단번에 눈치챘어. 네가 이런 자리를 몹시 귀찮아하고 있다는걸.”
그는 잠시 웃음을 지었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그날은 우리가 세 번째로 만난 날이었어. 넌 열일곱 살이었는데... 혹시 그때 한 말 기억나?”
그날, 유동욱은 농담처럼 말했다.
“두 아이 나이도 비슷한데, 혹시 인연이 있을지 모르겠네.”
유태진은 웃어넘기려 했지만,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가 한 말이 가슴을 세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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