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5화
유태진은 휴대폰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그 번호가 다시 울렸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자료를 훑던 손가락으로 그 번호를 차단 목록에 올렸다.
...
며칠 뒤.
박은영은 충분히 쉬지도 못한 채 복귀했다.
지난번 발작은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만, 그녀가 맡고 있던 1차 프로젝트는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직접 전투기 격납고로 내려가 새 시스템의 실시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수십 차례의 점검과 교정이 이어지는 동안, 기계음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그녀의 차분한 얼굴 아래엔 짙은 피로가 드리워져 있었다.
테스트가 끝날 무렵, 하늘은 이미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데이터 센터로 향하던 길, 박은영은 배서훈을 마주쳤다. 그 사건 이후로 처음이었다.
배서훈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박은영은 잠깐 고개를 들어 그를 흘끗 보았을 뿐, 이내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내려 손에 든 데이터를 확인했다.
위에서는 여전히 그녀가 제기한 ‘데이터 조작 사건’을 조사 중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명확한 실마리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박은영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눈앞의 이 사람이 과연 사람인지, 아니면 괴물인지.
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배서훈과 어떤 관계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박은영은 인사 한마디 없이, 곧장 계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은영 씨,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텅 빈 복도에 그의 목소리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박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를 피하시나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손 뗄 생각이에요.”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제가 일부러 은영 씨를 해치려 했다고 생각하나요? 데이터 조작이든, 직무 정지든 그 모든 게 제 탓이라고 믿어요?”
박은영은 들고 있던 서류를 천천히 덮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저한텐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일하면서 꼼수 부리는 동료 중 한 사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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