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0화
심민주는 끝내 화를 삼켰다.
유태진이 한 번 결심하면, 상대가 누구든 물러서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수년 전, 유기태를 로열 그룹 우태리 지사로 내보냈던 그때부터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렇기에 심민주는 이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장 분노한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배승연이었다.
그녀는 오늘 일부러 마음을 다잡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유태진은 예전보다 훨씬 차가웠고, 훨씬 잔인해져 있었다.
‘나를... 그런 말로 모욕하다니.’
어릴 적부터 그녀는 언제나 관심과 찬사받는 쪽이었다. 누구도 그녀에게 감히 불쾌한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태진은 늘 예외였다.
그 앞에서는 번번이 무너졌고, 오늘은 아예 그가 ‘첩’이라는 단어로 그녀를 모욕했다.
유기태도 내심 분노가 치밀어 형으로서 한마디 했다.
“태진아, 그래도 승연 씨는 손님이야.”
“형,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다면 다시 우태리로 가서 몇 년 더 지내보는 게 어때? 이참에 누가 이 집의 주인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자존심을 찔러댔다.
이효정은 그제야 깨달았다. 박은영의 일이 유태진의 마음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는 것을.
늘 어디서나 감정 하나 내비치지 않던 그였는데, 오늘의 그는 어머니 앞에서도 끝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고, 속을 짐작조차 할 수 없던 태진이가 은영이 때문에 완전히 무너져버렸어.’
그 감정은 이미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이대로 두었다간, 정말 그 손으로 이 가문의 절반을 뒤엎어버릴지도 몰랐다.
유태진은 더 이상 불필요한 말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배승연 문제는 따로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에게는, 그녀를 처리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
이효정은 그가 사라진 문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배승연을 향해 말했다.
“승연 씨, 미안해요. 우리 집 분위기가 요즘 좀... 그렇죠.”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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