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6화
늘 단정하던 이효정의 얼굴이, 순간 놀람과 혼란으로 일그러졌다.
“태진아,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났을 때, 어머니 태도는 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의 말은 단 한 줄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순간, 오래전 기억이 스쳐 갔다.
열 살도 되기 전에 이효정과 유찬우의 싸움은 이미 집안을 뒤흔들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두 집안 모두 체면과 겉모습을 중시하는 명문가였다.
결혼은 곧 ‘가문의 상징’이었기에, 그들은 낮에는 다정한 부부인 척하고, 밤에는 서로를 갉아 먹듯 싸워댔다.
그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사랑이란 게 얼마나 쉽게 증오로 변하는지를 배웠다.
유태진이 그들 사이에서 느낀 건 따뜻함이 아니라, 끝없는 피로와 체념뿐이었다.
...
이효정은 결혼의 쓴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체면’과 ‘가문’이라는 이름으로, 박은영을 상처 입히는 행동을 정당화했다.
유태진은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가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면서도, 다시 같은 상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참을 수 없게 했다.
‘한때 어머니도 그 상처를 겪었던 사람인데, 이제는 왜 그때의 가해자처럼 다른 이의 아픔에 눈을 감은 걸까.’
“그땐 서로의 체면과 이익만 지켰죠. 그게 정말 행복이었나요?”
“유태진!”
이효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늘 화려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은영이가 아니라면, 이 세상 누구도 제 아내 자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제 인생에 개입하지 마세요. 개입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너...!”
“차 부를게요.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
병실 문을 여는 순간, 기계음이 귓가를 스쳤다.
박은영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
유태진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가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이마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