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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심가희의 말이 떨어지자 이미 술렁이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유태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창백해진 박은영을 바라봤다. 깊고 어두운 눈빛이 그녀에게 꽂힌 채, 방금 들은 말이 환청이길 바랐다. 순간, 대화가 뚝 끊기고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나혜주와 박태욱이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무슨 소리야? 은영아, 너 무슨 일이야?” 심가희는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유씨 집안 사람들을 차갑게 훑어보고는 얼굴을 찌푸린 배승연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은영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 유씨 집안이 무슨 대단한 사람들처럼 굴지 마세요. 마치 은영이를 감싸주느라 희생이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여러분 아니었으면 은영이가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예요!” “가희야!” 하수혁이 재빨리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는 반쯤 끌다시피 자리를 벗어났다. 심가희는 여전히 분노로 떨렸지만 하수혁의 낮은 목소리에 잠시 멈춰 섰다. “여기서 이러면 안 돼. 사람들 다 듣고 있어. 이건 은영이 일이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면 더 상처를 줄 뿐이야.” 그 말에 심가희는 숨을 고르며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눈가를 닦고 박은영 쪽을 바라봤다. 박은영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 시선 하나하나가 자신을 향한 비난처럼 느껴졌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순간, 배 속 깊은 곳에서 통증이 밀려왔고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유태진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천천히 다가왔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불안이 눈빛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금 그 말... 무슨 뜻이야?” 그는 끝내 ‘목숨이 위험한 병’이란 말을 묻지 못했다. 박은영은 유태진의 눈을 피하고 나혜주와 박태욱을 향해 낮게 말했다. “외할머니... 이따 따로 말씀드릴게요.” 박은영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고 표정에는 더 이상 버틸 여력조차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이금희의 팔순 잔치였다. 박은영은 자신의 일로 잔치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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