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3화
이날 배승연은 평소와 달리 차분하고 단아한 차림이었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단정한 원피스에, 품 안에는 선물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이금희에게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마치 그 자리에 있던 진짜 손주며느리가 박은영이 아니라, 배승연인 듯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금희는 그녀를 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승연 씨?”
배승연은 한층 더 환하게 웃었다.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이에요. 오늘은 여사님 생신 잔치라 찾아왔어요. 장수와 평안을 기원합니다.”
그녀의 공손한 말끝에 주변의 시선이 은근히 쏠렸다.
그 모습을 본 심가희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박은영에게 속삭였다.
“지금 배 대표님, 완전 유씨 가문 손주며느리인 척하네. 대체 여기 왜 끼어든 거야?”
박은영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병원 사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배승연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은 불편했다.
그때, 맞은편에서 나혜주의 눈빛이 스치듯 그녀를 훑었다.
‘배씨 가문 아가씨인가 보네. 겉모습부터 만만한 사람은 아니야.’
멀리서 유태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배승연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에는 인사도, 미소도 없었다.
이금희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써줘서 고맙네요.”
이금희는 도우미를 불러 배승연이 가져온 선물을 대신 받게 했다.
그리고 그녀과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박은영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히더니 다정히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라기보다 이렇게 다들 모인 게 더 기쁘구나. 사실 내가 오래 사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내 소원은 너랑 태진이가 잘 지내는 거야. 부부가 서로 아껴주고 작은 행복이라도 지켜가는 거.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올해 안에 증손주 하나만 생기면, 더 바랄 게 없겠어.”
배승연은 그 말에서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럼에도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옆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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