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6화
임지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가 누구인데요. 노트북은 절대 손에서 안 놓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제가 부탁해서 메일로 보냈던 기록 자료들, 전부 통합해 뒀나요?”
임지효는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네! 정리했어요.”
그제야 박은영은 진기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에겐 다른 사본이 있습니다. 지효 씨에게 보관을 맡겼죠. 물론 기밀이라 외부로 유출될 일은 없고, 지효 씨도 구체적인 내용은 몰라요. 자료는 순서를 섞어 암호화한 상태라 정해진 규칙 없이는 복원이 불가능하답니다. 실측 검증 데이터 그대로이기에, 지난번 기지에서 측정한 값과도 정확히 일치할 거예요.”
그 순간, 배서훈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유태진 또한 고개를 기울이며 박은영을 바라봤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박은영이 업무와 관련해선 언제나 ‘한 수’를 남겨둔다는 것을.
기밀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이중 보관이 금지돼 있었다.
그래서 박은영이 말한 사본은 사람이 열람할 수 없는 암호화 백업 형태였다.
복구 키 없이는 무용지물이기에 실사용 이중 보관에 해당하지 않았고, 조작 가능성도 차단됐다.
더구나 박은영은 겉으로 보기엔 자신과 특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닌 임지효에게, ‘암호화된 보관’을 맡겼다.
이는 곧 위조할 수 없다는, 그녀의 치밀한 신중함을 증명하는 행위였다.
“박 대표님, 저를 속이고 있었네요? 이런 비밀이 있으면 진작 말해주지... 괜히 혼자 긴장해서 죽는 줄 알았잖아요!”
곧장 그녀는 노트북을 열어, 박은영이 남겨둔 암호화 메일을 서버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문득, 어젯밤의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자료를 최종 제출하기 직전, 자신 앞에 있던 사람은 배서훈뿐이었다.
“확인 작업을 진행하세요.”
진기철이 즉시 지시를 내렸다.
결과는 명확했다.
며칠 전 실측 데이터와 완벽히 일치했으며, 유태진이 알비온 기관에 보관해 둔 원본과도 단 한 치의 오차조차 없었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검증이었다.
박은영은 진기철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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