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5화
배서훈이 꺼낸 비밀 카드는 불길 위에 쏟아진 물처럼, 회의실의 혼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누가 보더라도 눈앞의 난국을 풀어낼 구세주 같았다.
박은영의 가슴속에 복잡한 파문이 일었다. 놀랍지 않다고 하면 거짓이었다.
이 소재는 해외에서도 극소수 기업만이 독점하는 기술이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이자, 군사력과 과학기술을 좌우하는 무기였고, 세계 자본이 눈이 뒤집혀 달려드는 거대한 이권의 중심이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오직 유태진만이 확보한 영역이었다. 아제아 전체가 그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배서훈도 그것을 쥐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드러내지 않다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꺼낸 것이다.
박은영은 무심코 유태진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기품 있게 앉아 있었다.
당황도 분노도 없었다. 오히려 여유를 머금은 시선으로 배서훈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박은영의 긴장이 문득 느슨해졌다.
“배 대표님, 정말 확신하는 겁니까?”
진기철이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배서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진 사령관님, 저는 웨커의 후계자입니다. 웨커를 등에 업은 제가 뭐가 의심스럽습니까?”
그는 고개를 돌려 유태진을 향했다.
“규모는 저희가 유 대표님 회사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분간, 1~2년 정도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습니다. 유 대표님 쪽은 사고와 논란이 겹쳐 있으니... 제가 임시 대안을 제시해야 국가 프로젝트가 흔들리지 않겠지요.”
유태진은 곧장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배 대표님의 등장이 참 절묘하군요. 1분이라도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저 역시 대의를 위해 움직일 뿐입니다.”
배서훈은 태연히 받아쳤다.
그러나 유태진이 그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
2년 전 알비온에서 이미 두 사람은 맞붙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배서훈은 아직 미숙했다. 공급망이 끊기자 회사를 지탱하지 못하고 붕괴 직전까지 몰렸고, 유태진에게 철저히 짓밟힌 기억만 남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구원자의 얼굴을 하고 다시 나타났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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