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3화
박은영은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형식적인 자리가 빨리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유기태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내가 우태리에 머문 지도 몇 년이야. 그쪽 일은 거의 정리됐으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물론 본사는 아니고... 호성시 계열사에서 일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호성시는 경운시와 달리 본사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유태진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형, 호성시 계열사는 어려울 것 같아. 지금 회사 인사 체계는 하나만 건드려도 전체가 흔들려. 이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누가 갑작스러운 낙하산을 받아들이겠어?”
그 말의 뜻은 곧 거절이었다.
“태진아, 그 말은... 내 부탁을 거절하겠다는 거냐?”
유태진은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형이 우태리를 꽤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이런 요구를 하니 내가 좀 곤란하네.”
정곡을 찌르는 말에 유기태는 입술을 굳게 닫았다.
애초에 그가 자원해서 해외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
유태진과 박은영을 둘러싼 문제 탓에 억지로 바깥에 묶여 있어야 했다.
그래서일까. 순간, 원망이 섞인 시선이 박은영을 스쳤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 거두어졌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박은영은 오히려 입지를 다져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었다.
이제 그녀를 함부로 건드렸다간 곧장 유태진의 반격을 불러올 게 뻔했다.
“그렇다면, 천천히 다시 얘기하자.”
유기태는 겉으로는 한발 물러서며, 박은영을 향해 말을 건넸다.
“은영 씨, 이따 꼭 맛보세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박은영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조심히 가세요.”
유태진은 배웅할 생각조차 없다는 듯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유기태 역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현관문이 닫히자 그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졌다.
‘역시 태진이는 물러서지 않는 구나.’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전 그는 휴대폰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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