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2화
현관 앞에 선 유태진은 직접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 배열은 예전에 신혼집에서 이미 본 적 있는 바로 그 번호였다.
문이 열리자, 박은영은 눈을 크게 떴다.
집 안의 인테리어가 그녀의 집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바닥에서부터 가구, 소품, 커튼까지... 큰 틀에서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건, 언제 준비한 거예요?”
그녀가 묻자, 유태진은 신발장을 열어 그녀가 자주 신던 브랜드의 여성용 슬리퍼를 꺼내 발치에 내려놓았다.
그는 반쯤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디자인 저작권료라도 청구할래?”
박은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받아쳤다.
“줄 거면 계좌로 바로 보내세요. 괜히 말싸움은 하지 말고요.”
“좋아. 난 카카오페이 즐겨 쓰는데, 일단 카톡부터 추가할까?”
뜻밖의 말에 박은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서로의 연락처를 지운 이후, 아직 추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박은영은 거실 소파에 앉으려다, 선반 위의 액자들에 시선이 멈췄다.
그중 하나는 두 사람이 결혼 전에 찍었던 사진이었다. 그날, 그녀는 유태진이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고만 기억해 왔다.
그래서 늘 불편한 사진이라 여겼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의 눈매에는 아주 옅은 미소가 스쳐 있었다.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미미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온기였다.
보통은 그런 사진을 굳이 액자에 담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는 버젓이 걸려 있었다.
다른 사진도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할머니가 고모에게 보내겠다며 억지로 찍게 한 가족사진이다.
그때 유태진은 박은영에게도 보내려 했지만, 이미 차단당한 뒤였다.
결국 사진은 전하지 못했고, 박은영은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날 역시, 박은영은 그가 내키지 않아 억지로 찍은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액자 속 모습은 달랐다. 그는 은연중에 몸과 시선을 은영 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그 무심한 몸짓은 언제나 그녀를 향해 있던 그의 마음을 단순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제야 박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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