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7화
유태진의 눈빛이 서서히 누그러지더니 곧 배서훈에게로 향했다.
이미 박은영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겨 앉은 배서훈이 미간을 좁히며 진기철을 바라봤다.
“저는 은영 씨가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일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방금 유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듯, 지금 수치에 불일치가 있다고 해도 유 대표님 측 소재가 기준을 충족했다는 건 모두가 확인한 사실 아닙니까? 은영 씨가 설령 유 대표님 회사를 돕고 싶으셨다 해도, 이런 중대한 자리에서 일부러 문제를 일으킬 분은 아니죠.”
그의 말은 분명 박은영을 두둔하는 것이었다. 이어진 시선에는 은근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윗선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겁니다.”
진기철 역시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은영 씨는 그럴 분이 아닐 겁니다. 하 교수가 그렇게 아끼는 제자인데, 인품이야 두말할 것도 없죠.”
그는 생각을 정리하듯 잠시 숨을 고르고는 물었다.
“윗선에서 이 일은 전권을 은영 씨에게 맡겼습니다. 데이터 전부 은영 씨 손을 거쳐 올라간 게 맞습니까?”
박은영은 담담히 대답했다.
“네, 모든 수치는 제가 직접 기록했고, 이후 제 직원들이 정리된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검토를 했습니다.”
진기철의 얼굴에 깊은 주름이 드리워졌다.
“괜찮습니다. 저는 조사를 받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동요도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온 듯,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진기철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절차상 예외는 없습니다. 규정대로 조사가 진행될 겁니다. 최종 판단은 윗선에서 내리게 될 겁니다.”
내부에서 데이터 조작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사소한 차이라 해도 반드시 철저히 밝혀야 했다.
그때, 관람석에서 지켜보던 배승연이 얄밉게 말을 보탰다.
“박 대표님은 평소에도 늘 냉정하고 침착하게 일하셨죠. 설마 연애 감정에 휘둘려 이런 일을 하실 분은 아날 거예요. 저도 믿습니다.”
박은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곁에 서 있던 유태진이 몸을 살짝 기울이며 낮게 속삭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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