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1화
유태진이 박은영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박은영은 단 한순간도 그를 달래려 하지 않았고 아이를 원하지 않겠다는 뜻은 이미 너무나 분명했다.
유태진은 속으로 되뇌었다.
‘은영이가 나를 얼마나 싫어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우리가 함께 보냈던 좋은 순간들은 전부 은영이의 의무감 때문이었던 걸까. 아니면 짧게나마 진심이었던 순간이 있었던 걸까.’
이제 아이는 사라졌고 박은영 마음속의 답도 명확해졌다.
그러나 유태진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해할 다른 이유조차 찾을 수 없었고 억지로 자신을 속이는 것조차 무의미했다.
박은영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와 유태진의 눈빛, 모든 것이 지쳐서 더는 말할 힘조차 나지 않았다.
유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을 크게 삼킨 뒤 낮게 말했다.
“네가 회복하고 719 공군 기지에서 맡은 일도 잘 끝나면... 그때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내가 다 맞춰 줄게.”
그 말을 끝으로 유태진은 병실을 나갔다.
지금의 유태진은 차마 박은영을 마주할 수 없었다.
올해 서른인 유태진은 가슴이 이렇게 도려내는 듯 아플 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분노와 무너짐이 한데 뒤섞여도 정작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따질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사랑받지 못한 건 잘못이 아니었다.
박은영은 굳이 유태진을 붙잡지 않았다. 해명이라도 할 수 있었으나 그럴 마음조차 없었다.
유태진은 이미 모든 걸 결론 내린 듯했고 지금은 병원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주장할 증거도 없었다.
박은영은 손끝으로 조심스레 아랫배를 쓸어내렸다.
사람들은 흔히 모자는 마음이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사라져 버린 아이를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앞에서 담담할 수는 없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감정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박은영은 설령 오늘의 일이 없었더라도 아이를 끝내 지키지 못했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분명 박은영의 아이였다.
박은영은 눈을 감았다. 곧바로 날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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