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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심가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담담히 말했다. “유태진 씨, 은영이를 그렇게 바라보거나 속으로 원망하지 마세요. 여기까지 온 건 유태진 씨의 몫도 커요. 사실 제일 은영이를 탓할 자격 없는 사람이 바로 유태진 씨입니다.” 심가희는 해야 할 말을 결국 하고야 말았다. 유태진이 화를 내든 말든 상관하지 않은 채 할 말만 하고 조용히 돌아섰다. 이 일은 두 사람의 몫으로 심가희가 억지로 끼어들 일은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남아 메아리쳤다. 하지만 유태진은 한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지난 며칠, 유태진은 거의 눈도 붙이지 못한 채 뛰어다니며 일을 수습했고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박은영이 최소한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는 기다려 줄 거라 믿었고 자신은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 존재를 존중해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급히 달려와도 결국 박은영의 결정은 막지 못했다. 박은영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고 유태진에게 작은 틈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했다. 박은영은 예상보다 마취에서 빨리 깨어났다. 박은영이 어렴풋이 눈을 떴을 때, 곁에 누군가 앉아 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창백한 얼굴의 유태진이 보였다. 유태진은 표정 하나 없이 얼마나 오래 곁을 지켰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묵묵히 앉아 있었다. 순간 박은영의 머릿속이 쿵 하고 울렸다. 몸이 텅 빈 듯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어져 있던 생명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박은영은 직감적으로 아이가 더 이상 뱃속에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애초에 품을 수 없는 아이였지만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잃게 되니 혀끝에서 쓴맛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박은영은 눈물을 보일 수도 없었다. 애초에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오래도록 침묵했다. 날 선 칼날이 두 사람의 가슴을 오가듯 팽팽한 정적이 이어졌다. 한참 만에 유태진이 쉰 목소리를 내며 이불을 정리해 주었다. “아직 어디 아파?” 마치 아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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