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4화
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 기간 동안 신체적인 고통을 겪지 않은 것만 봐도 당연한 일이었다. 뱃속의 아이는 순하고 조용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박은영은 진작에 아이의 존재를 알아챘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암의 영향으로 생리가 규칙적이지 않았다. 그 모든 상황이 현재의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고개를 숙인 박은영이 생각에 잠긴 것을 발견한 유태진이 그녀의 정수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얘기해. 내가 매일 해줄게. 가정부가 하는 것보다는 내가 하는 게 더 편하고 마음이 놓이잖아.”
그는 박은영이 아이 문제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이 아이를 진심으로 싫어할 리 없다고 굳게 믿었다.
박은영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듯 조용히 앞치마를 내려둔 유태진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박은영은 뱃속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태동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순간 멈칫한 그녀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각에 집중했다.
착각이라 느껴질 정도의 작은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신호는 박은영의 모성애를 강하게 자극했다.
그녀의 감정은 호르몬이나 다른 요인들의 영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았다.
박은영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조용히 눈가를 붉혔다.
그녀와 이 세상에서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작은 생명이 빛을 보지도 못한채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박은영은 그녀가 순간의 동정심 때문에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이 때문에 내 삶을 포기하진 않을 거야. 일단 내가 건강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을 테니까...”
엄마 없이 자란 아이의 삶은 비참할 것이다. 박은영은 그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유태진이 아무리 아이를 사랑해 주어도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을 테니.
박은영은 순간 자신의 모성애에 놀랐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박은영이 눈을 뜨면 유태진이 식사를 준비해 주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지전능하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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