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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심가희가 별일 없다는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금방 올 거야.” 박은영은 술 냄새를 풍기며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돌리니 방금 회장에 도착한 주도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느새 잔을 들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남자의 시선은 불쾌할 정도로 박은영에게 머무르고 있었다. 상대와 얘기를 마친 주도영이 그녀에게 다가오려 하자 박은영이 못 본 척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를 눈치챈 주도영이 박은영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입술을 꾹 다문 그가 손에 쥔 술잔을 꽉 움켜쥐었다. 대놓고 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듯했다. “주 대표님? 뭘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그때, 누군가 주도영에게 다가와 술을 권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주도영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으며 대꾸했다. “안사람입니다.” 그 말에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아, 그렇군요. 저분이 대표님이 사랑하는 분이시군요.” 주도영은 상대의 말에 대충 웃어 보일 뿐, 그에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에게서 멀리 도망간 박은영은 그사이 인공지능 분야의 대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대가와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큰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고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야의 흐름은 박은영의 목표와도 일치했다. 그와 연락처를 주고받은 그녀는 화장실에 간 심가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친구가 돌아오지 않자 박은영은 심가희가 떠날 때 마주쳤던 웨이터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혹시 심가희 씨가 어느 쪽 화장실로 갔는지 아세요?” 박은영 쪽으로 고개를 돌린 웨이터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방금 제가 심가희 씨를 휴게실로 안내해 드렸어요. 어지럽다고 하셔서 그쪽에서 쉬고 계세요.” 그가 한쪽을 가리키자 박은영이 그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이번 모임에는 스카이브릿지 인터내셔널의 3층 전체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휴게실은 건물의 가장 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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