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5화
장민지는 순간 공기 중에 감도는 한기를 느꼈다.
주도영이 갑자기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가 누구 때문이겠는가.
그와 박은영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 정해진 짝을 버리려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주먹을 움켜쥐고 있던 장민지는 박은영이 알아채기 전에 조용히 자리를 떴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태진이 박은영의 임신과 낙태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창백한 얼굴의 장민지가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걸 발견한 주도영은 그제야 위층에서 시선을 떼고 장민지에게 말했다.
“일단 데려다줄게.”
장민지가 입술을 깨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내 아이가 사라졌어, 주도영. 당신 나한테 빚진 거야.”
걸음을 멈춘 주도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장민지가 지난번 다툼에서 아이를 두고 주도영을 협박하다 화가 극에 달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장민지는 그 때문에 몸이 상했다.
“나중에 얘기하자.”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긴 주도영은 끝내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장민지가 입술을 짓씹으며 그와 다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하지만 아이를 잃은 슬픔과 그 책임을 남자에게 전가하고 싶은 마음, 그로부터 나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솔직히 내 아이가 사라진 건 전부 은영 씨 때문이야. 만약 오빠가 은영 씨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했다면 내가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거고 내 아이가 목숨을 잃을 일도 없었을 거야.”
주도영은 그제야 몸을 돌려 장민지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시선에는 시릴 정도로 차가운 빛이 도사리고 있었다.
“괜히 엉뚱한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 사실을 직시해. 너도 은영이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거 알잖아.”
장민지가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렇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화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장민지는 주도영을 포기할 수 없었고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감정 쓰레기통이 필요했다.
주도영은 박은영에 관한 일로 더 이상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비록 그와 박은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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