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5화
병원에서 나온 후,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심가희는 마치 오래 절인 배추처럼 축 처져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 밝은 심가희가 이렇게 생기 없는 모습이라니...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심가희가 걱정과 슬픔에 잠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박은영은 심가희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
“나 지금 괜찮아. 잘 치료하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권 선생님은 해외에서 온 전문가야. 권 선생님이 말했어. 수술 성공률이 아주 높대. 정말이야.”
심가희는 박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녀가 병으로 점점 더 말라가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냥 화가 나서 그래.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다음 얻은 거라곤 결국 이런 병뿐이잖아. 병의 고통 속에서 아이를 유산하는 심리적, 신체적 고통까지 견뎌야 하고 말이야. 유태진도 네 고통을 느껴보게 하고 싶어!”
하지만 이 남자에게 어떤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유태진을 괴롭힐 수 있을까?
유태진은 냉정한 사람이었기에 박은영에게 계속 무관심했다.
박은영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계속 얽히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야. 나는 지금 어떻게 치료할지, 어떻게... 이 아이와 작별할지만 생각할 거야.”
다른 일들은 모두 에너지 밖이었다.
이 말을 꺼낸 심가희는 코를 훌쩍였다.
“네 곁에 끝까지 지킬 거야. 나와 수혁 오빠 모두. 그러니 너도 우리에게 얼마든지 의지해.”
무의식적으로 작은 배를 쓰다듬은 박은영은 웃으며 심가희를 바라보았다.
“응, 비전 기업에 가보고 싶어. 지남준이 어떤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가서 봐야겠어.”
심가희는 말하려다가 말았다.
박은영은 그 어떤 일에도 책임감이 강했기에 일단 맡으면 대충 넘기지 않았다.
그래서 박은영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차를 몰고 국제 무역 센터 주변을 돌아 비전 기업으로 향하는 길, 어쩔 수 없이 로열 그룹을 지나게 되었다.
멍하니 있던 박은영은 순간 로열 그룹 입구의 차 한 대에 멈췄다.
정장을 차려입고 차에서 내린 주명훈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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