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4화
“장민지 씨가 무슨 자격으로 본인 감정을 위해 나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데요?”
평온하면서도 무관심한 얼굴로 반문하는 박은영의 모습에 장민지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박은영은 시선을 내린 채 장민지의 불룩해진 배를 바라보았다.
“장민지 씨, 아이는 장민지 씨 아이예요.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요. 게다가 누구나 이 아이를 원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장민지의 말처럼 주도영과 박은영이 오래 만났다고 해서 그 책임을 박은영에게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 때문에 두 사람 시간 낭비했다고 했죠? 그럼 정말 궁금한데 언제부터 사귀었나요? 주도영이 거기 들어가기 전에는 싱글이었잖아요.”
박은영이 이 일을 언급하자 표정이 갑자기 변한 장민지는 눈빛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 해...
주도영이 감옥에 들어간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장민지는 주도영을 보러 갔다. 그날 두 사람은 사귀기로 했다.
장민지는 주도영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고 주도영도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너 여기서 뭐 해?”
뒤에서 주도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 침울한 얼굴로 박은영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주도영은 위아래로 훑어보며 박은영이 어디가 불편한지 확인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장민지는 즉시 주도영의 팔짱을 꼈다.
박은영은 주도영의 창백한 얼굴을 평온하게 바라보며 심가희의 손을 잡았다.
“가자.”
안 그래도 두 사람을 만난 것이 재수 없다고 생각한 심가희는 얼른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내 결혼식, 와야 하지 않아? 여동생?”
차가운 눈빛으로 박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주도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박은영이 주도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축복할게, 주 대표.”
박은영의 말에서는 일말의 미련도 느껴지지 않았다.
냉담함과 낯선 사람 같은 거리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주도영은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데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잘못한 사람은 분명 박은영이었다. 그런데 무슨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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