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0화
박은영이 막 침대에 몸을 뉘인 찰나.
삑삑.
문 앞에서 카드키 인식 음이 울렸다.
그녀가 몸을 일으킬 틈도 없이 카드키를 든 유태진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긴 다리를 뻗어 박은영의 침대 곁으로 다가온 그가 의자를 끌어와 앉아 느긋하게 다리를 벌린 채 말했다.
“자, 난 옆에 있을 테니까.”
박은영이 시린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어떻게 들어온 거죠?”
“언제 날 필요로 하는지 보고 싶어서. 울든 소리치든 욕하든 안기든 마음대로 해.”
유태진은 담담하기만 했다.
농담처럼 뱉고 있으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박은영의 곁에 앉은 그가 묵묵히 그녀를 주시했다.
박은영은 무표정했다.
오늘 겪은 일과 가슴속에 묻어둔 그 작은 가능성.
그 모든 게 그녀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나갔으면 좋겠어요.”
유태진이 박은영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선택지에 없어.”
“대체 내게 뭘 원하는 거예요? 난 한 번도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 없어요.”
박은영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나한테는 네가 필요해.”
유태진이 곧장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는 굳이 박은영이 그녀의 여린 얼굴 위에 덧쓴 가면을 벗겨내려 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건 너뿐만이 아니야. 나 역시 널 곁에서 지켜봐야겠어.”
유태진의 말에 거짓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은영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남자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대꾸하지 않고 등을 보였다.
지금의 그녀에겐 숨겨야 할 또 다른 불안이 있었으니까.
유태진의 시선은 드러난 박은영의 어깨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붉고 푸르게 번진 멍 자국.
그 상처가 남자의 눈빛을 차갑게 얼려 버렸다.
박은영은 그녀가 의사의 말을 곱씹으며 오늘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곤히 잠들었다.
아침.
눈을 뜬 박은영이 이상한 감촉에 미간을 찌푸렸다.
허리에 무언가가 감겨 있었다.
뒤돌아보니 유태진이 팔로 그녀를 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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