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9화
박은영은 순간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는 것 같았다.
얼굴에 찰나의 망설임이 드러난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어떤 소리가 미친 듯이 메아리쳤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지켜볼게요.”
박은영은 더 묻지 않았다.
첫째, 지난 몇 시간 동안 약을 먹지 않았다는 점.
둘째, 유태진과의 관계가 있었다는 점.
임신.
그 가능성이 불시에 자신에게 닥쳤다는 사실이 너무도 믿기 힘들었다.
머릿속이 텅 빈 듯 아득해졌다.
“어디 아파?”
결제 절차를 마치고 돌아온 유태진이 의아한 눈으로 박은영에게 다가왔다.
의사를 힐끔거린 그가 허리 숙여 박은영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또 어디 불편해?”
박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의사가 유태진에게 언질이라도 줄까 싶어 곧장 몸을 돌려 걸어 나가 버렸다.
유태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응시했다.
묘하게 이상했다.
평소와 다른 기류를 감지했지만 박은영이 세운 벽을 그가 강제로 파고들 수는 없었다.
오늘은 경운시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박은영의 상태를 걱정한 하수혁도 내일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1층 로비.
통화를 마친 하수혁이 몸을 돌렸다.
로비로 내려온 유태진과 박은영을 발견한 그가 낯을 굳히며 말했다.
“은영이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유 대표님께 신세 질 수야 없죠.”
유태진의 검은 눈이 곧장 박은영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망설임 없이 하수혁의 차에 올랐다.
박은영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은 일단 유태진에게서 거리를 두고 싶었다.
마음속이 너무도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하수혁은 여전히 유태진을 경계했다.
겉으로는 예의를 차렸지만 사실상 단칼에 잘라낸 것과 다름없었다.
차에 박은영을 태운 그가 곧 자리를 떴다.
남겨진 유태진은 박은영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그녀를 눈으로 좇았다.
가슴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들끓었다.
오늘 일은 그가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선을 넘어 버렸다.
호텔로 향하는 길.
박은영은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진정할 수가 없었다.
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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