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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낯선 이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유태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묵묵히 박은영의 상처를 처리했다.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 병원은 안과가 꽤 유명한가 보죠?” 간호사가 놀란 눈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가 박은영을 힐끔거리며 대꾸했다. “제 아내보다 눈이 밝은 것 같아서 나중에 전문가라도 소개받을까 해서요. 사례는 충분히 하죠.” 무심한 듯했으나 가시가 섞여 있는 말이었다.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알아챈 박은영이 유태진을 향해 눈을 흘겼다. 조금 전 그에게 했던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말에 대한 노골적인 대답이 분명했다. 간호사가 피식 웃었다. 남편이 아내를 놀리는, 유머러스한 부부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처치를 마친 그녀가 곧장 자리를 떴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박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배 대표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요?” 유태진이 눈을 내리깔며 무심히 대답했다. “감사 인사했어. 남의 아내를 위해 이익을 포기한 사람이잖아?” 그 말에 박은영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남자의 냉담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날 구한 건 사실이에요. 그 때문에 웨커도 큰 손실을 보았고요. 그런데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진짜 이유가 뭐냐고요.” 유태진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이타심 하나로 수천억짜리 프로젝트를 날릴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런 결정을 내린 건 단순히 여자 하나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훨씬 더 깊은 계산이 숨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계산에는 증거조차 남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그런 잘 짜인 트랩이야말로 배서훈의 본색이었다. 유태진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반문했다. “공적인 이유와 사적인 이유, 뭐가 더 듣고 싶어?” “둘이 달라요?” “공적으로는, 배서훈을 순진하게만 보지는 마. 불과 반년 만에 해외에서 돌아와 웨커의 핵심 자리에 앉은 사람이야. 노련한 여우들이 들끓는 그곳에서 순진함으로 절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없어. 군공, 항공 쪽은 국가사업과 맞물리지, 그런 이유로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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