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4화
채혈을 마친 박은영은 원래도 기운이 없던 몸을 의자에 축 늘어뜨렸다.
머리가 계속 무겁게 울렸다.
심지어는 눈앞이 심하게 어지럽기까지 했다.
병실 안은 의사와 간호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박은영과 유태진만이 안에 남게 되었다.
유태진은 배서훈이 박은영에게 덮어준 외투를 옆으로 던져 버렸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박은영의 구겨진 옷자락과 흰 어깨에 남은 붉은 자국이었다.
그 흔적들이 꾹 억누른 남자의 감정을 무너뜨렸다.
검은 눈동자 속에 서리가 내리깔렸다.
한참 동안 그 상처를 응시하던 유태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넌 내가 비전 그룹의 입찰권을 빼앗았다고 생각하나?”
박은영은 확실히 회장으로 들어올 때 사회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성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 프로젝트가 로열 그룹에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 대표님 의도는 아니었겠죠. 하지만 당신을 겨냥한 사건에 내가 휘말린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박은영의 얼굴은 창백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고 냉정했다.
유태진은 침묵했다.
맞는 말이었다.
박은영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배 대표님도 날 구하느라 입찰을 놓쳤어요. 웨커도 아쉽게 됐죠.”
순간 유태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가 서늘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그 자식이 나보다 먼저 널 찾았다는 거야?”
남자의 눈꼬리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박은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사실이 그랬으니까.
배서훈은 가장 먼저 그녀를 구하러 왔고 그 선택으로 웨커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박은영이 답하기도 전에 하수혁이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무사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은영아, 괜찮은 거지?”
굳은 얼굴로 다가온 하수혁이 열을 재듯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박은영은 순간 이 프로젝트를 위해 비전 그룹이 쏟은 노력을, 그 뒤에 담긴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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