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0화
유태진은 박은영이 언제나 담담한 말투로, 그의 심장에 날카로운 칼날을 꽂을 줄 아는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눈 속에는 망설임도, 미련도 없었다.
이 결혼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가 건 도박은 결국 박은영의 마음속에 자신이 남아 있을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결혼 여부가 심사 과정에서 불가피한 절차라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개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과는 뻔했다.
박은영의 무관심이, 그 잔인한 결과가 유태진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둔 상처가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 일단 식사부터 해. 얘기는 차차 해도 늦지 않아.”
등을 돌린 유태진이 도시락 상자를 열었다.
일종의 배려였다.
박은영은 오늘 그녀가 충분히 차분하다고 생각했다.
더는 유태진과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학교를 설립한 건 나름의 해결법이었다.
유태진이 보인 일련의 행동들이 퍼즐처럼 맞춰 끼워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한 조각의 달콤함이 과거의 상처를 지워주지는 못했다.
“당신 방식은 소름 끼쳐요. 언제나 아무 말 없이 불시에 사람 가슴에 칼을 꽂아 넣잖아요. 우린 이제 돌이킬 수 없어요.”
박은영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녀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박은영이 치른 대가와 그녀가 받은 보상은 차이가 너무도 컸다.
그녀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제 정식으로 719 공군 기지에 들어가게 될 거예요. 일이 일단락되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
이번 사건은 중요한 시기에 박은영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지금 소란을 키우면 위에서도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박은영은 이 일에 목매고 있었고 그 때문에 1달 이상 절차를 늦출 수 없었다.
이미 특혜를 받았는데 또 위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몸 상태를 생각해서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없었다.
실내로 스며든 밝은 빛 아래.
유태진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말없이 도시락을 열어 박은영이 좋아하는 팥소가 들어간 디저트를 내밀었다.
“저택에서 가져온 거야. 네가 좋아하던 그 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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